soulgang78

강일권 · @soulgang78

6th Nov 2015 from TwitLonger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유의 "제제" 관련하여 모 매체와 20분 넘게 통화했는데 얼마나 제대로 수록될 지 몰라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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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매우 중요하고, 강제로 그 수위나 기준을 정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

그럼에도 이번 아이유의 "제제"를 둘러싼 비판이 공감가는 이유는

첫째, 표현의 자유가 있는만큼 비판의 자유도 있음.

둘째, 2차 해석이든 뭐든 얼마나 설득력을 갖추느냐, 또는 예술적 가치를 지니느냐에 따라 비판의 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제제"는 여기서 치명적. 사망한 작가가 직접 밝힌 건 아니지만, 그동안 작가 측에서 밝힌 의도와 평론, 그리고 독자들의 감상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된 캐릭터를 재해석했다기보다 그저 성적 대상화 하여 소비한 느낌이 강함. 맥락이라는 것도 없음. 앨범 커버 아트에 대놓고 그림까지 그려서 의도를 드러낸 게 더 뜨악.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제제'는 아동 캐릭터라는 점.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부분 나라에서 금기시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아동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표현하는 것. '제제'가 실존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작금의 비판이 오버라고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이런 의견에까지 답하자니 그건 피곤하고...

넷째, 그래서 아이유가 잘못이냐 아니냐에 대해선 앞서도 강조했지만 표현의 수위나 의도를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위험한 일. 단, 거기에서 비롯될 반응은 창작자 본인이 짊어져야 하는 거고 이번 곡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납득할만 하다는 게 핵심.

다섯째, 동녘 출판사의 입장 전문을 곱씹어 읽어봤는데, 그들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기준을 정하려 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함. 표현을 비롯한 글 자체가 매우 완곡하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가진 측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었음. 애초에 출판사가 그 기준을 정해서 여론을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데다가 만약 그런 의도가 읽혔다면 대중이 먼저 출판사를 맹비난했을 거임. 이게 내가 동녘의 글에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재빠르게 반응한 몇몇 전문가들을 설레발이자 오버로 생각하는 이유.차라리 그냥 "우리 아이유 까지마세요 ㅜ" 했으면 백번 이해했을...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너무 남용되고 있음. 그것도 전문가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아래는 개인적인 사족

이른바 전문가라는 명함을 단 이들이 이번 담론 자체를 두고 '별 거 아닌 걸로 난리야'내지는 '해석은 읽는 이의 자유, 윤리적 잣대로 재단하지 마'라며 마치 비판을 제기하는 대중을 꽉 막히고 쿨하지 못하며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참 아쉽고 뜨악함.

요즘은 웬만한 전문가보다 많이 읽고 보고 듣는 대중이 많은 현실임. 그들이 전부 '표현의 자유'나 예술적 가치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버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 적어도 이번 비판에 임하는 대중의 의견들을 보면, "표현의 자유 중요해. '그럼에도'"가 많음.

더구나 이럴 때 민감하게 반응하며 평하고 논쟁하는 게 자칭이든 타칭이든 전문가가 해야 할 일. 이게 얼마나 좋은 떡밥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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